• 최종편집 2025-10-13(월)

전체기사보기

  • [전광훈의 산에 갑니다]
    실로 오랜만에 산을 조금 탔다. 아시다시피 지난여름 무더운 날씨로 긴 산행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. 매월 둘째 일요일 실행하는 세종포럼의 10월 산행이다. 가을장마가 멈출 줄 모르고 거의 매일 내린다. 긴 추석연휴에도 햇빛보기가 어려웠다. 오늘은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. 오전 11시 구기동 옛 파출소 앞에서 일행들과 합류한다. 예전에는 이곳이 등산인 들의 성지였는데 지금은 드문드문 등산객들이 보인다.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주변이 쓸쓸하다. 이북오도청을 지나 양 옆으로 고급주택들이 즐비한 오르막길을 헉헉대며 오른다. 중간에 빈집도 보인다.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. ‘장독대’를 지난다. 동래산성 막걸리와 동래파전을 주 메뉴로 하는 주막집이다. 하산길이라면 모처럼 들러서 객고를 풀겠지만… 어느 듯 탕춘대능선과 합류하는 삼거리다. 군데군데 단체 팀들이 돗자리 펴고 한 사발하면서 시끌벅적하다. 구기분소를 지나 능선 끝자락에서 왼쪽방향 ‘차마고도’로 접어든다. 지나가는 옆집아저씨께 부탁하여 남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찰깍. ‘삼형제’ 소나무를 지나서 쇠줄잡고 낑낑대며 올라간다.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나는 향로봉오거리. 직방으로 내려가면 잣나무 솔밭. 오늘은 왠지 솔밭이 습기가 많을 것 같아 왼쪽으로 족두리봉을 향한다. 중간 중간 식사 팀들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참고 또 참으면서 지나간다. 족두리봉 정면 직전에서 우측으로 돌계단을 내려간다. 비로 인해 돌길이 많이 미끄럽다. 조심조심 또 또 또 조심해서 한발 한발 옮긴다. 족두리봉 북면을 쇠줄 당기면서 오른다. 마지막 관문이다. 그 후는 내리막길이다. 족두리봉 정상아래 7∽8부 능선에 자리 편다. 이 정도에서 오찬 겸 반주를 가볍게 해야 하산길이 수월하다. 이 부근은 자주 애용하는 곳이라 친숙한 편이다. 주류는 막걸리와 양주 ‘로얄 살루트’. 양주는 각자 한잔씩만 마시기로 한다. 내려가는 길 안전을 담보하는 차원에서. ‘시사모 튀김’ ‘홍어무침’ ‘두부조림’ ‘청량고추와 죽이는 된장’ ‘김밥과 김치’ ‘삶은 계란’ ‘사과 디저트’ 등 한식 뷔페다. 그야말로 산중에서의 ‘취금찬옥(炊金饌玉)’이다. 금으로 밥을 짓고 옥으로 반찬을 만들었다. 뜻과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이런저런 세상사 나누면서 막걸리 한잔하니 행복의 최 정점에 서 있는 기분이다. 시간이 오후 3시를 지난다. 배낭 챙기고 하산한다. 연신내 ‘방앗간호프’에서 생맥주와 새우튀김 곁들여 가볍게 하산주를 나눈다.
    • 뉴스
    • 문화
    2025-10-13
비밀번호 :